지난해 식품이물 사고, 멜라민 파동, 광우병 사태 등에 비하면 올해는 비교적 조용한 한 해가 된 것 같다. 대신 농림수산식품부가 국내 식품산업을 정부 신 성장 동력 산업 중 하나로 선정해 이에 따른 정책과 지원책이 잇달아 발표되면서 식품산업 육성을 위한 밑거름이 될 만한 일들이 많았다. 또한 올해 식품산업에 있어 막걸리 열풍을 빼 놓을 수 없다. 2009년 최고 히트 아이템으로 떠오른 막걸리 열풍에 따라 전통주 산업 진흥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어졌다. 아울러 지난 7월에는 한국과 유럽연합(EU)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이에 따른 국내 식품산업의 변화도 예상된다. 올 한 해 식품업계에 일어난 10대 뉴스를 간략히 정리해봤다.
1. 위해사범중앙수사단 176건·303명 처리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반복되는 식·의약품 안전사고를 근절시키고, 다양화 전문화되고 있는 식·의약품 위해사범에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처하기 위해 '위해사범중앙수사단'을 2월 출범시켰다.
식약청은 위해사범중앙수사단을 미국 FDA(식품의약품청)의 범죄수사부(OCI)와 같은 준사법권을 가진 수사전담 조직으로 운영하기 위해 검찰청과 협의를 거쳐 식․의약품 수사전담 검사(유동호, 사시41회)를 ‘특별수사기획관’ 으로 파견했으며, 총 80명 규모로 본청에 수사전담 요원 20명과 6개 지방청에 특별사법경찰관 60명 등으로 구성했다.
식약청 위해사범중앙수사단은 9월 30일 기준 총 176건 303명을 수사했으며 이 중 식품관련 사범수사는 51건 65명이 완료돼 검찰에 송치된 것으로 집계됐다.
식약청은 지난 해 잇달아 터진 식품 이물사고와 멜라민 사태를 계기로 ‘08년 12월 위해예방정책관(45명 규모) 신설에 이어, 위해사범중앙수사단을 출범시켜 사후감독기능을 대폭 강화함으로써 앞으로 국민들의 안전한 식․의약생활 보장이 기대된다.
2. 농식품부, 국민 녹색 식생활 지원
 올해 5월 식생활 교육 지원법이 제정되고 11월 시행됨에 따라 농림수산식품부는 범 국가차원의 건전한 식생활 교육을 본격 추진했다.
식생활 교육 지원법은 어릴 때부터 건전한 식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환경 친화적인 식생활개선, 전통 식생활 문화 계승·발전, 지역농수산물 소비촉진 등을 통한 농식품 산업육성과 국민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학계와 공동으로 ‘녹색 식생활 지침’ 개발에 착수해 관련 세미나를 열고 녹색 식생활 확산을 위해 12월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이하 식생활네트워크)’ 를 발족해 본격적인 범국민 녹색 식생활 운동을 전개한다.
식생활네트워크는 내년까지 △식생활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범국민적 공감대 형성 △식생활교육 국민운동 전개를 위한 전국 네트워크 구축 △식생활교육운동 추진 주체의 양성 및 활동영역 개발 등의 목표를 수립하고 연중 대국민 캠페인과 행사를 개최해 지속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3. ‘한식 세계화 추진단’ 출범…김윤옥 여사도 나서
 범부처 차원의 한식 세계화 정책 추진을 위해 민관 합동의 ‘한식 세계화 추진단’이 5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출범식을 갖고 첫발을 내딛었다.
추진단은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양일선 연세대 교무처장 등 3인의 공동단장과 관계부처 차관, 학계, 식품업계 CEO, 일반경제계 인사, 농어업인 등 총 36명으로 구성됐다. 위원 중에는 일본 동경에서 ‘고시레(高矢禮)’라는 한식당을 운영 중인 한류스타 배용준씨도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출범식에는 영부인 김윤옥 여사도 참석해 “한식 세계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민간과 정부가 함께 힘을 모을 필요가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추진단 출범이 매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며 한식 세계화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날 추진단 출범을 계기로 범국가적인 추진체계가 마련되면서 한식 세계화 업무는 앞으로 강한 추진동력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4. 농식품 신성장 동력·고부가 산업 추진
 올 8월에는 고기능성 식품과 우주 레저 등 특수목적 식품, 개인맞춤형 식품 등을 포함하는 고부가 식품산업을 신 성장 동력 업종으로 품목 분류하는 방안이 추진됐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식품산업에 대한 업종 및 품목 분류를 통해 기술개발과 세제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국제경쟁력을 강화시킨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국내 식품산업이 R&D 투자나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전략품목 개발이 미미하다는 지적에 따라 R&D 산업 육성을 위해 지난 2월에는 식품 R&D 예산으로 150억 원을 배정한 바 있으며, 4월에는 농림수산식품 과학기술육성법을 제정하고 9월에 농업과학 기술 분야 연구개발성과를 산업화하는 전담기관으로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아울러 농식품부는 농림수산식품과학기술 육성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R&D 사업의 기획·관리·평가를 수행할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을 출범시켜 2012년 농식품수출 100억불 달성과 2017년 세계 일류한식당 100개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5. 고추장·된장·인삼 국제식품규격 통과
김치에 이어 우리나라 대표 전통식품인 고추장, 된장, 인삼도 이제 세계인의 식품으로 대접받게 됐다. 특히 고추장(Gochujang)은 김치(Kimchi)와 같이 우리나라 고유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지난 7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개막된 제32차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총회에서 우리나라가 제안한 고추장(Gochujang), 된장(Fermented Soybean Paste), 인삼(Ginseng Products)이 아시아 지역 국제식품규격으로 통과됐다.
2004년부터 추진해 온 고추장, 된장의 경우 우리 전통음식의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식재료라는 점에서 이번 국제식품규격 등록으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식 세계화 사업이 한층 더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CODEX에는 160여개의 식품 규격이 등록돼 있지만 김치나 고추장처럼 특정 국가에서 사용되는 명칭 그대로 규격 등록이 이뤄진 식품은 까망베르 치즈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또한 발효콩 제품의 항암 효과가 알려지면서 콩제품은 김치와 함께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된 바 있으며, 최근 동양식품은 웰빙식품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시점에 된장이 국제식품규격으로 등록됨으로써 우리 전통 된장을 활용한 다양한 기능성 제품의 전망이 밝을 것으로 보인다.
6. 쌀 가공식품 소비 확대 정부 팔 걷어
 올해도 쌀 가격폭락 사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함에 따라 쌀라면, 쌀과자, 쌀막걸리 등 쌀 가공식품의 소비를 확대하기 위해 정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가공용 쌀 공급가격을 30% 낮추고, 쌀 제분공장 설립 등을 통해 가공식품용 쌀 사용 비중을 생산량 기준으로 현재의 6%(27만t)에서 2012년 10%(47만t)까지 늘리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쌀 가공 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식생활 변화로 갈수록 쌀 소비가 줄어드는데다 지난해 기록적인 대풍작으로 인해 쌀 잉여물량이 16만 톤이나 넘쳐 나는 상황에서 새로운 시장 개척을 통해 국내 쌀 재배 농가의 소득을 보장하면서 자급률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정부가 마련한 ‘쌀 가공식품 활성화 방안’은 크게 △상품화 기술 확충 △가격 경쟁력 제고 △소비자 인식 전환 및 홍보 등 3가지 전략으로 추진된다.
이는 그동안 쌀 가공의 기반이 되는 고품질 쌀가루 제조기술이 미흡하고, 쌀과 쌀가루의 가격이 대체원료인 밀가루보다 비싸며, 밀가루에 익숙해진 소비자의 입맛 이 쌀 가공식품의 소비 촉진에 걸림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7. 불고기·비빔밥 등 우주식품 추가 인증
 지난 9월 불고기, 비빔밥, 미역국, 참뽕음료 등 4종이 지난해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에게 공급했던 김치, 라면, 수정과, 생식바 등 4종에 이어 추가로 인증을 받았다.
이 한국형 우주식품은 러시아가 화성유인 탐사를 목표로 수행할 화성 탐사 모의 프로젝트 ‘MARS-500’의 일환으로 우주인들에게 공급돼 우수성을 평가받을 예정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한국 첫 우주인 배출 사업이 결정되기 전부터 우주식품 개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미국, 러시아 등 우주개발 선진국들과 국제협력을 통해 해당 핵심기술의 정보를 확보하고 이를 한국 전통식품에 맞게 개선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해왔다.
그 결과 코리아한우, 전주시·전주비빔밥연합회, 청호씨푸드, 부안군과 함께 추가 개발한 4종을 인증 절차를 거친 뒤 MARS-500 프로젝트에 투입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확보한 우주식품 제조 기술은 향후 간편 식품, 레포츠식품, 재난 등 국가 비상시 구호식량, 군 전투식량 개발에 활용 가능할 전망이다.
8. 식품으로 돌아온 천일염 명품화 채비
 지난해까지 광물로 분류돼 빛을 발하지 못했던 국내 천일염이 세계 최고급 제품인 프랑스 게랑드 소금보다 훨씬 영양분이 많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밝혀짐에 따라 농림수산식품부는 그 가치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천일염의 명품화를 위해 3월 염관리법과 염업조합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천일염이 오랫동안 광물로 분류, 취급돼왔기 때문에 위생적인 생산기반 시설이 취약하고 브랜드가 난립돼 있는 등 개선할 과제들이 많다는 지적에 따라 농식품부는 올해를 염전 안전성 확보의 원년으로 정해 지자체와 학계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전국 염전 위생 관리 실태조사에 나서고 염전 바닥제에 대한 오염도 평가기준도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올해 33억 원을 투입해 해주, 소금창고 등의 생산 인프라를 친환경 소재로 대체하고 관련제도도 지속적으로 정비했다.
이에 본지도 지난 9월 ‘소금의 효능과 안전성’을 주제로 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와 함께 심포지엄을 개최해 소금이 갖고 있는 효능과 안전성 문제를 집중 조명한 바 있다.
9.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 5700억 투입 개발 본격화
 11월에는 국가식품클러스터 사업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본격 추진됐다.
이에 따라 오는 ‘12년까지 약 239만㎡(72만평)의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된다. 이와 함께 지자체가 사업시행자(예: 한국토지주택공사)와 협의해 조성하게 되는 주거·상업용지를 포함할 경우 총 면적은 최대 3967천㎡(120만평)에 이를 전망이다.
농식품부는 2015년까지 국고 1557억 원, 지방비 614억 원, 민자 3627억 원을 포함해 총 5798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국가식품클러스터 내에 전통발효식품, 기능성식품 등 국내 농수산업과의 연계를 통한 성장과 수출이 가능한 국내외 식품기업 145개, 민간연구소 10개 이상을 유치하는 한편, 지역의 농수산업을 근간으로 한 여타 클러스터와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농수산업과 식품산업이 동반 성장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식품특화기술 R&D, 식품기능성평가, 인력양성, 마케팅지원 등 4개 기업 지원 사업을 향후 예산에 반영해 중점 지원한다.
이와 함께 식품산업진흥법을 개정해 국가식품클러스터 추진에 필요한 법적 근거를 보완하는 한편, 국가식품클러스터 조성사업을 총괄 추진할 추진단을 농식품부 내에 구성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10. 햅쌀 막걸리 판매량 보졸레누보 눌러
 2009년은 막걸리의 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막걸리의 인기가 대단했다.
주류업계의 저도주 바람과 막걸리가 건강과 미용에 좋다는 입소문에 힘입어 막걸리 매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햅쌀로 만든 막걸리가 보졸레 누보의 판매량을 넘어서기도 했다. 또한 편의점에서는 맥주와 소주에 이어 3대 주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따라 본지도 11월 ‘우리 술 막걸리 산업 발전방안 심포지엄 및 토론회’를 열고 정부·학계·연구기관·업계 전문가들을 초청해 막걸리 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이러한 막걸리 열풍으로 인해 농림수산식품부와 기획재정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우리 술 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담은 ‘우리술산업진흥법’을 제정하고 지난해 4.5%였던 전통주 시장 점유율을 2017년까지 10%대로 올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양조전용 품종과 누룩, 재배방법에 대한 기술개발이 확대되고 전통주 제조자의 인터넷 판매도 허용돼 막걸리의 품질과 유통망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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