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조사식품의 정체
이덕환의 과학세상] (204) 방사선 조사식품의 정체
입력: 2009-03-11 20:08 | 수정: 2009-03-12 14:01
방사선에 의한 DNA변형 다소 과장
식품속 DNA양 놀라울 정도로 작아
■ 바이오&헬스
어린이의 이유식에 방사선으로 처리한 원료가 사용된 것으로 밝혀져서 논란이 되고 있다. 방사선 조사(照射)는 식품의 품질 개선에 이용되는 비교적 새로운 기술로 우리 정부도 일부 품목에 대해 제한적으로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의 안전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는 있다. 그러나 왜곡된 언론 보도나 일방적인 주장에 휩쓸리지는 말아야 한다.
방사선 조사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해서 식품의 품질을 개선하는 기술이다. 방사성 동위원소인 코발트-60이나 세슘-137을 이용해서 얻을 수 있는 감마선이나 X선과 같은 전자파(빛)이나 전자선(電子線)을 이용한다.
원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고에너지의 전자파나 전자가 식품 원료로 사용하는 씨앗이나 미생물의 DNA를 변형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유전자 변형 때문에 씨앗의 발아(發芽)나 과일의 숙성이 지연되고, 병원균, 기생충, 해충의 번식이 불가능해진다. 그렇게 함으로써 어렵게 생산한 식품의 보존성을 향상시키고 오염에 의한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다.
문제는 안전성이다. 모든 기술이 그렇듯이 방사선 조사 기술도 위험할 수 있다. 그래서 방사선 조사 기술은 아무나 함부로 사용할 수가 없다. 안전성이 확인된 식품에만 사용해야 하고, 신뢰하는 정부기관의 철저한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방사선의 조사량을 안전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관리의 핵심이다. 미리 예측하지 못했던 위험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도 계속해야 한다. 정부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시민 사회의 철저한 감시도 필요하다.
방사선 조사 식품에 `방사성 오염 물질'이 남아있을 가능성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방사선 조사에 사용하는 전자파나 전자선이 핵분열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식품의 방사성 오염 물질의 존재는 쉽게 알아낼 수 있다.
식품 조사에 쓰는 방사선의 에너지가 높기 때문에 문제라는 지적도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그런 사정은 우리가 전통적으로 식품 조리에 사용하는 `열'(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식품에 가해 주는 열도 식품 원료에 들어있는 화학물질을 변형시킨다. 포도당과 아미노산이 반응해서 갈색으로 변하는 마이야르 반응도 일어난다. 우리가 소화하기 어려운 녹말과 같은 물질이 쉽게 소화되는 형태로 바뀌기도 하고 감칠맛이 느껴지는 물질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비타민과 같은 성분이 파괴되기도 한다. 육류를 불에 구우면 벤조피렌과 같은 치명적인 발암물질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육류를 구워먹을 때 심하게 태우지 말아야 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엉터리로 생산된 숯 대체물질의 불꽃에 들어있던 유해물질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방사선 조사의 경우에도 너무 많은 양의 방사선을 쪼이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식품 원료에서 불필요한 변화가 일어나서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해로운 성분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이유 때문에 방사선 조사 기술이 위험하다는 주장은 육류를 구워 먹으면 안 된다는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방사선 때문에 일어나는 DNA의 변형이 문제라는 지적도 과장된 것이다. DNA의 구조가 풀어지기만 해도 유전자의 기능은 사라져 버린다. 방사에 의한 DNA의 변형으로 반드시 유해물질이 생긴다고 보기도 어렵다. 식품에 들어있는 DNA의 양은 놀라운 정도로 작다.
식품의 가공과 보존 기술의 안전성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가공하지 않은 천연 식품이 반드시 안전하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온갖 미생물과 기생충에 의해 오염된 천연 식품도 많다.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것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왜곡되고 과장된 정보다.
서강대 교수/과학커뮤니케이션
출처: 디지털 타임스
: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0903120201135765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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